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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뒷면 노란 혹은 주황반점 - 먹어도 될까요? + 유기농과 무농약에 대한 환상을 깨주세요

잘키운텃밭 2024. 9. 21. 21:39

안녕하세요 텃밭지기입니다. 혹시 깻잎 기르시면서 아래와 같이 깻잎 뒷면에 주황 혹은 노랑 점박이들이 다다닥 박혀있는 경험 하신 적 있으신가요? 혹은 벌레가 먹어서 중간 중간 구멍이 생겨 너덜너덜해 진 적은요?

녹병으로 뒷면에 반점이 생긴 것 - 잎에 박힌 것처럼 떼어지지 않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억장?무너지는 이런 현상 모두 영양,해충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입니다. 녹병은 철의 녹슨것 처럼 주황/노랑 포자덩어리를 깻잎 뒷면에 심어서 점점 번지는 병이구요, 녹병균이 기생하면서 점점 번지니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에 씼어서 씼겨나가는게 아니라 아예 뒷면에 박혀있기때문에 저같은 경우는 생기면 그냥 대부분 포기하고 뽑아버립니다.  원인은 바싹 바싹 붙어서 심는 것이 원인이라는데 시민농장은 작고 서로서로 닿아있기에 누군가 생겼다면 다 함께 걸리는게 대부분입니다. 다른 탄저, 응애벌래등 모두 마찬가지구요. 가장 피해가 심한건 제 경험으로는 고추, 깻잎이고 쌈채소들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케일이 유난히 저는 바로 벌레가 들어서 못먹겠더라구요^^

유기농+무농약으로 고춧잎을 하나도 못먹는 저희 밭의 고추

제가 텃밭농사를 직접 지어보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편견은 '벌레가 조금 먹어도 농약안친게 좋아' 라던가 '화학비료 말고 유기농비료로 영양을 준 야채,과일이 진짜지'라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물론 1~2년정도 텃밭에서 직접 길러보니 굉장히 말도 안되는 환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뒤로는 특별한 일 없이는 '유기농', '무농약'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제품을 사지는 않습니다. 

농부들이 왜 밭에 약을, 화학비료를 왜 넣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농약을 안쳐도 벌레가 없고, 화학비료 없이도 튼실하게 자란다면 바보가 아닌이상 힘들게 돈들여서 넣겠어요? 사실 필요하기때문에 합니다. 그리고 식품별로 정해진 용량이 있어서 그만큼을 뿌리고, 우리가 또 씼어 먹으면 되구요. 이게 제가 약 10년간의 텃밭 생활을 하면서 얻은 농부-소비자 사이에서의 저만의 진리입니다.

무농약 (벌레를 죽이는 약)을 안쓰면... 정말 식물에 벌레 피해가 많아서 실제로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구요 - 설사 먹을게 있더라도 벌레가 드글했던걸 잎의 일부분을 벌레가 먹은걸 먹어야하는데,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거니와 기분도 좋지 않죠.

이런 고춧잎으로 나물 해드실 분 없죠? 벌레 알과 같이 먹을수도 있는데요🧐

유기농은...글쎄요, 화학전공한 저의 배우자나 제가 읽은 많은 농업관련 전문서적들은 어차피 질소,마그네슘등이 들어갈꺼라면 그게 정제되어 나온 화학물질이던 퇴비같은곳에서 나온 물질이던 같은 화학물질이기에 신경쓸것 없다는 입장인데요 저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N(질소)는 질소죠, 그게 동물 똥에서 나왔던 공장에서 나왔던 성분이 같은데 무슨 차이일까요.

하지만 이건 조금 후에 의견이 살짝 바뀌긴 했습니다. 몇년을 더 해보니 약간의 요령을 알게되었거든요. 유기농 퇴비가 더 잘 작용하는 밭 혹은 작물이 있고, 화학비료로도 큰 문제가 없는 작물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제 경험으로는 콩 종류는 화학비료가 잘 듣지? 않았구요 잎채소들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배추, 무 같은건 화학비료 없이는 김장 담글 사이즈가 나오지 않구요, 그래서 우리밭 배추를 처치곤란한 시래기화?하고 김장 배추를 사기도했죠;;  제 경험의 뒷면에는 작물별 특징에 따른 다양한 과학적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얻은 결론은 이정도에요.

제 밭에 그럼 농약을 뿌려 벌레를 막고 화학비료만 주냐구요? 아니요, 저도 배추벌레를 집게로 잡고 달팽이 잡습니다. 윗 사진처럼 탄저병으로 고추는 초반에 1~2달만 따먹고 8월쯤 장마에서는 대부분 못먹고 버리구요. 퇴비를 집 베란다에서 숙성하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워보려다가 이미 택배상태에서 아파트 엘베 홀에 냄새가 가득해서 그대로 밭으로 가져가고 있구요, 추비만 화학비료로 조금씩 소비해서 대용양으로 산 화학비료들은 2년째 쓰는것도 있는데 (효과가 없어지더라구요, 대용량으로 사지마세요 ㅠ) 대부분은 유기농 퇴비에 의지합니다.

그렇지만 '농약'을 치면 나쁘고 '화학비료'는 가짜 영양인것 처럼 마케팅으로 호도하는건 농사를 작게나마 짓는 입장에서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농약치고 화학비료줘서 이렇게 인류가 비약적으로 인구도 늘고, 수명도 길어진거 아닐까요^^

농사도 사실 사업입니다.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 노동시간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야 하는 비즈니스죠. 도덕적으로 나빠서 농약을 치는게 아니라, 그 사업장?에서는 그런 방법을 쓰는 것 뿐이죠. 제가 농사지은 채소들 나눔할때마다 다들 '유기농으로 먹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하셔서 유기농은 아니고 무농약이고 둘은 다르며, 농약도 몸에 나쁜건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아무도.....믿지 않으셔서^^ 좀 곤란한 경우가 많은데요, 사업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허용용량을 지킨다면 문제 될게 없고, 상품이 맛있고 튼실하고, 요리 의도에 맞으면 충분한거라고 말이죠 :)

그럼 저는 또 다른 농사글로 찾아뵐께요

유기농?? 농부라고 자꾸 오해받는 텃밭지기였습니다!